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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파클을 다루는 본편 세 번째 글에 해당됩니다. 본편 세 번째 글의 주제는 일본 고전 시가와 J-POP에서 드러나는 일본인의 계절 인식, 그리고 작품에서 드러나는 일본인의 정서입니다. 본편 첫 번째 글에서 별무리 기행 PV 대사를 설명하면서 이상 시인의 〈거울〉이라는 시를 인용한 적이 있지만 감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만큼 이번에는 글을 읽는 여러분이 작품을 '감상'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일본어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한국어 해석을 달아놓은 이미지와 한국어 자막이 나오는 영상을 첨부하고자 하니 이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1. 계절과 관련된 요소

스파클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일본과 관련된 첫 번째 요소가 마츠리였다면, 두 번째 요소는 일본인의 계절 인식입니다. 이러한 계절 인식과 관련된 것으로는 스파클의 행적 추가 능력 중 하나인 세시기를 들 수 있습니다. 세시기는『사이지키(歲時記)』를 가리키는 말로, 『사이지키』는 일본의 고전 시가인 와카(和歌), 하이쿠(俳句) 등에서 특정 계절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인 키고(季語)를 모아 분류하고, 키고별로 해설과 함께 용례로 해당 단어가 쓰인 시가를 적은 문헌입니다. 시어를 일정한 기준에 맞게 분류하고 정리한 사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그렇다면 스파클에게서는 어떤 계절과 관련된 요소를 찾아볼 수 있을까요? 천외 위성 통신 카드 속 스파클의 곁에서 헤엄치고 있는 금붕어 다섯 마리는 여름을 나타냅니다. 여름만 표현된 것이 아니라 스파클에게서는 봄과 관련된 요소도 찾아볼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는 옷 소매에 그려진 벚꽃이 있죠. 벚꽃은 봄을 표현하는 키고이기도 하면서 오랫동안 일본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데 쓰였던 시어이기도 한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 항목에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 정서와 관련된 요소
스파클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마지막 요소인 일본인의 정서를 설명하기 전, '정서'라는 단어와 유의 관계를 보이며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감정'이라는 단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고 갈까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정의하고 있는 것처럼 정서와 감정은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듣고 느낌으로써 발현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또 의식적으로 만들어 내거나 바꿀 수 있는지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감정은 바깥으로 드러나는 즉흥적인 반응에 해당됩니다. '친구가 이사를 간다는 소식에 슬픈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라는 문장에서처럼 감정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람이 어떠한 감정을 표현할 때 생리적인 변화 또한 따라오게 되는데요. 눈물을 흘리는데 호흡 또한 가빠지는 과호흡 현상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제 예시로 든 문장 '친구가 이사를 간다는 소식에 슬픈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에서 '감정'이라는 단어를 '정서'로 바꿔볼게요. '슬픈 정서',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실제로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학교 한국어대사전에 수록된 정서의 용례를 조사한 결과, '기쁘다', '슬프다'와 같이 얼굴 표정으로 바로 드러나는, 감정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수식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서는 감정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단어로 쓰이기도 하지만, 얼굴 표정을 통해 바로 드러나게 되는 감정과 다르게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듣고 느낌으로써 생긴 반응이 사고 과정을 거치면서 내면화되어 심리 상태나 태도로 나타나게 됩니다. 사고 과정을 통해 내면화된 만큼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바꿀 수 있고, 태도라는 단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오랫동안 지속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감정이 아니라 정서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는 점 알려드리며, 본격적으로 작품을 살펴 보는 시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1) 모노노아와레
여러분은 끝이 있는 것에 아름다움을 느끼나요? 이를 보통 '덧없음의 미학'이라는 말로 표현하고는 합니다. 일본어로는 덧없음의 미학을 '모노노아와레(物の哀れ)'라고 칭합니다.

사물의 슬픔이라는 표현처럼 좁은 의미의 모노노아와레는 슬픔, 그리움, 아쉬움, 덧없음을 일컫습니다. 이번에 제가 주로 이야기할 부분이 바로 좁은 의미의 모노노아와레라고 생각해 주면 되겠습니다.
(1) 벚꽃과 문학
계절 이야기를 하면서 스파클의 옷 소매에 벚꽃이 그려져 있다고 했죠. 스파클을 상징하는 벚꽃은 오랫동안 일본인의 감수성을 자극하여 시를 창작하는 소재로 쓰여 왔습니다.


일본인은 활짝 핀 벚꽃을 보며 봄이 온 것을 즐기기도 했지만, 바람이 불어 벚꽃이 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생각을 시로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코킨와카슈』 [글쓴이 추가 설명: 古今和歌集. 줄여서 코킨슈(古今集)로 표현하기도 해요]에 실린 오른쪽 이미지의 와카는 벚꽃이 지는 모습을 보고 흥망성쇠하는 세상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낀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같은 문헌에 실린 다른 와카에서는 벚꽃의 낙화를 보면서 이 세상에 남아 힘든 일을 겪지 않아도 되는 벚꽃을 아름답다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벚꽃의 이러한 속성은 혼란한 시기를 거치며 최고 권력자가 된 무사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무라이 정신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무라이 정신 하면 미련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라든지 자신이 섬기는 권력자를 향해 충성하는 자세가 떠오르잖아요. 이런 이유 때문에 벚꽃은 사무라이 정신이 연상되는 '아름다운 정신',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꽃말을 얻게 되었습니다.
(2) 불꽃놀이와 예술
벚꽃과 마찬가지로 불꽃놀이도 아쉬움이나 허무함을 드러내는 소재로 쓰였습니다. 불꽃놀이를 소재로 삼아 쓰인 작품이 창작되기 시작한 시기는 근대부터로 이는 일본의 역사적 배경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 글을 먼저 보게 된 분들을 위해 이전에 발행한 글을 첨부해 두겠습니다.
09. 하늘에 반짝이는 불꽃놀이 같은 소녀, 스파클: 일본의 마츠리
이 글은 스파클을 다루는 본편 두 번째 글입니다. 본편 두 번째 글의 주제는 일본의 마츠리입니다. 스파클은 일본식 전통 신발인 조리(草履)를 신고 있으며, 기모노를 떠올리게 하는 치렁치렁한
christinesnote.tistory.com
불꽃놀이와 관련된 와카 작품 중 제가 준비한 것은 와카야마 보쿠스이(若山牧水, 1885~1928)라는 시인이 시즈오카현 미시마시에 있는 미시마신사에서 마츠리가 열렸을 당시, 하늘로 쏘아 올린 불꽃놀이를 본 후에 지은 것입니다.

작품에서도 보듯 불꽃놀이가 영원하지 않은 점이 강조되며 덧없음, 허무함이 드러나고 있죠. 이러한 경향은 J-POP에서도 이어집니다. J-POP에서 불꽃놀이는 여름이라고 하는 계절을 표현하면서도 연인 관계를 비유하는 대상물로 쓰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표적인 노래로는 혼성 3인조 밴드 아타라요(あたらよ)의 '여름 안개(夏霞, なつがすみ)'가 있습니다.
여름 안개라는 노래는 이별하고 난 후에야 느껴지는 연인의 빈 자리를 그리워 하면서 과거에 불꽃놀이를 보며 영원을 맹세한 자신을 부끄러워 하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あの儚く散る花火の下で馬鹿みたいに永遠を誓った
덧없이 흩어지는 불꽃놀이 아래에서 바보 같이 영원을 맹세했지
今更、思い出すなよ
새삼스레 떠올리지 말란 말이야
한순간에 화려하게 꽃처럼 피어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불꽃놀이도 끝이 있듯 연인 관계도 사랑이 식기 전까지는 화려하고 즐겁지만 헤어지고 나면 끝이잖아요. 가사 속에서 불꽃놀이는 지나간 여름의 추억이기도 하지만 화자에게 사랑이 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대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2) 또 다른 덧없음의 요소로 본 스파클의 모습
앞서 살펴 본 벚꽃, 불꽃놀이 말고도 덧없음과 관련된 것이 하나 더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비눗방울입니다.

스파클의 세 번째 성혼명은 '몽환포영'으로, 비눗방울과 관련이 있는 사자성어입니다. 몽환포영은 불교의 경전인 『금강경』에 나오는 표현으로, 꿈과 헛것(환상), 거품, 그림자처럼 인생 또한 덧없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비눗방울은 손으로 건드리면 쉽게 터지는 거품인 만큼 유한한 존재에 해당됩니다.
스파클의 소개 문구에는 스파클이 재물, 지위, 권력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표현이 있는데요. 재물은 펑펑 쓰다 보면 사라지게 되고, 독재자라 하더라도 사람은 언젠가 죽는 존재인 만큼 지위나 권력 또한 영원한 것이 아니죠. 스파클이 오로지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가치관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재물, 지위, 권력과 비교해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오랫동안 지속된다고 여겨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즐거움은 즉흥적인 반응으로 나오는 감정에 불과하기에 결국에는 끝이 오게 되어 있습니다. 안 그래도 페르소나 스파클과 자신을 같다고 여기면서 생기게 된 극심한 혼란으로 힘든데 즐거움마저 사라지면 더욱 마음이 공허해지겠죠. 누군가 제게 스파클이라는 캐릭터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고 물어본다면, 저는 '페르소나가 주는 즐거움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행복이라고 할 수 없는, 연극과도 같은 현실을 살고 있는 캐릭터'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콘텐츠 내용 요약 이미지

참고하거나 사용한 자료 일람
1. 국내 저자 논문
- 남이숙(2014), 일본 고전 시가에 나타난 벚꽃 표현의 양상, 동아시아고대학 제33호, 동아시아고대학회, 213~252.
2. 웹 사전
[일본어 위키백과에서 찾은 키고와 사이지키]
季語 - Wikipedia
出典: フリー百科事典『ウィキペディア(Wikipedia)』 代表的な春の季語である「花」はもっぱら桜を指す。 季語(きご)とは、連歌、俳諧、俳句において用いられる特定の季節を表す言葉を
ja.wikipedia.org
歳時記 - Wikipedia
出典: フリー百科事典『ウィキペディア(Wikipedia)』 歳時記(さいじき)は、四季の事物や年中行事などをまとめた書物のことである。江戸時代以降の日本では、主として俳諧・俳句の季語
ja.wikipedia.org
[국어사전에서 찾아 본 감정과 정서의 정의 및 용례]
네이버 국어사전
3개의 한국어 대사전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우리말샘), 상세검색, 맞춤법, 보조사전
ko.dict.naver.com
네이버 국어사전
3개의 한국어 대사전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우리말샘), 상세검색, 맞춤법, 보조사전
ko.dict.naver.com
※ 위가 감정, 아래가 정서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통해 찾은 감정과 정서의 차이]
감정(정서)
emotion이란 말 자체는 일종의 운동(motion)으로, 밖으로(e-, out) 향하는 운동을 의미합니다. emotion이란 말이 처음 일상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을 때는 소란 혹은 소요를 의미했고, 대기의 emotion은 천둥
terms.naver.com
정서
주관적 경험, 표출된 행동, 신경화학적 활동이 종합된 신체적 · 생리적 반응을 동반한 지속적인 감정. 정서란 생리적 각성, 표현적 행동, 그리고 사고와 감정을 포함한 의식적 경험의 혼합체다.
terms.naver.com
[모노노아와레]
모노노아와레
헤이안(平安) 시대의 대표적 미의식 중의 하나로, 어떤 사물이나 사실에 대하여 감동이나 감흥을 느끼는 것을 가리킨 말이다. 본래는 와카에서 느끼는 감동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겐지모노
terms.naver.com
[몽환포영]
몽환포영
몽환포영한자성어•고사명언구사전 한자 뜻과 음 꿈 몽, 헛것 환, 거품 포, 그림자 영. 풀이 인간사의 모든 것은 꿈, 환상, 거품, 그림자와 같다.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하는 말. 출전 金剛經(금강
terms.naver.com
3. 웹사이트
三島の歌碑・句碑8 のずえなる 三島のまちの あげ花火 月夜のそらに 散りて消ゆなり
ホーム > 市の紹介 > 地勢・歴史 > 三島の歌碑・句碑8 のずえなる 三島のまちの あげ花火 月夜のそらに 散りて消ゆなり ―若山牧水― (平成21年8月1日号) 三島の歌碑・句碑8
www.city.mishima.shizuoka.jp
4. 각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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