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단항, 그리고 단항이 평소에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인 음월을 다루는 본편 세 번째 글입니다. 본편 세 번째 글에서도 용 이야기가 간간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전 글과 비교해 주된 주제는 아니라는 점 알려드립니다.
그런데 물은 지상에게 생명을 줌과 동시에, 그 과잉(홍수, 해일)이나 결핍(가뭄)으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또한 깊은 물속은 자궁과 같은 생명의 근원이라는 이미지와, 암흑이나 죽음(스틱스 강처럼)의 장소라는 이미지를 구유한다. 이렇게 물이라는 자연물은 인간 세상에 필요한 적정치를 유지할 경우 고마움의 대상이지만, 그 균형이 깨지는 경우 모든 것을 집어삼키거나 앗아가는 무차별한 폭력이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물의 양가성은 용이라는 신화적 동물의 양가성과도 부합한다(홍윤희, 2014: 432).
본편 두 번째 글에서『한비자』의 구절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해당 구절은 용의 목에 난 역린을 건드렸을 때, 용이 사람을 죽이는 두려운 존재로 돌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군주 또한 누군가 자신의 약점을 들추는 등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때 두려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용의 상반된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물 또한 양면성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주의 기원이나 질서, 일상에서 겪게 되는 자연 현상을 토대로 고대 사람들의 상상력이 더해져 창작된 신화에 물은 만국공통으로 등장하는 자연물입니다. 신화 속에서 물은 여성의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생명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한편, 두려운 대상으로 표현되기도 하였습니다. 물을 두려운 대상으로 그려낸 대표적인 이야기로는 홍수 신화가 있습니다.
아카이브에 수록된 음월의 음성을 듣다 보면 '물을 다스린다'는 표현이 두 번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치수(治水)라는 한자어의 뜻이 말 그대로 '물을 다스린다'는 뜻이기 때문에 영웅이 나타나 홍수를 해결한 내용의 신화를 치수 신화로 일컫기도 합니다. 치수로 유명한 인물로는 중국의 우(禹) 임금이 있습니다. 우 임금은 13년간이나 집에 들르지 못했을 정도로 치수 사업에 공을 들였다고 하며, 이러한 공적을 인정 받아 훗날 순(舜) 임금에게 천거되었고 이후 하나라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한편, 영웅의 존재가 부각되지 않는 홍수 신화는 물이 지닌 파괴의 힘만을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살아남은 이들이 인간 사회를 되살리려는 모습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로보로스가 자신의 꼬리를 집어삼키는데도 새롭게 꼬리가 자라나는 것처럼 홍수 신화에서도 파괴가 곧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에 이어서 음월의 이미지를 정립하는 데 영향을 준 요소 몇 가지를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단항이 선대 음월군 단풍이 남겨준 힘을 쓰게 되었을 때의 모습에서 우리는 용과 물 말고도 연꽃과 달을 볼 수 있습니다. 달과 관련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하고 지금은 연꽃에 집중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2.7 후반부 신규 캐릭터인 망귀인(정운) 역시 음월과 마찬가지로 '연꽃'을 상징으로 삼고 있습니다.
두 캐릭터의 연꽃은 공통으로 불교에서 믿는 윤회와 환생을 뜻합니다. 먼저, 윤회와 관련된 연꽃의 특성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힌다는 것입니다. 꽃이 피는 것이 원인이고, 열매를 맺는 것이 결과라고 본다면, 원인과 결과가 함께 존재하면서 상호작용을 통해 원인이 결과를 만들고, 또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을 만들며 반복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생과 관련된 연꽃의 특성은 연꽃의 열매이자 씨앗이 지닌 생명력에서 비롯되는데요. 지금 보고 있는 뉴스 영상 속 아라홍련처럼 연꽃의 열매이자 연밥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썩지 않고 보존되다가 발아에 적당한 조건이 주어지면 다시 싹을 틔우는 특성이 있습니다.
음월과 망귀인의 연꽃이 지니는 의미의 공통점을 살펴 봤으니 의미가 겹치지 않는 부분도 살펴 봐야겠죠. 절에 가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부처나 보살을 표현한 불상이 연꽃 위에 앉아있는 것을 봤을 거예요. 나부 개척 임무에서도 블레이드가 힘을 실어 던진 지리검에 당한 단항이 죽지 않는 대신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던 음월의 힘이 풀리면서 외모가 변할 때, 활짝 핀 연꽃 위에 서 있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연꽃은 주로 연못, 습지와 같이 물이 있는 곳에서 자라납니다. 이런 곳의 흙은 보통 물기를 머금고 있어 질척거리는 진흙인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어떠한 더러움 없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연꽃이 진흙과 같은 속세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깨달음의 세계인 하늘을 향해 핀다고 여겼으며, 속세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초연한 경지에 이른 부처 그 자체와 동일시되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연꽃의 꽃말로는 '신성', '깨끗함', '아름다움'이 전해진다고 하는데요. 윤회를 통해 삶을 이어나가는 비디아다라족의 지도자, 용존의 힘을 계승한 한 사람으로서의 단항의 면모와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달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타레일에서 달이 상징인 캐릭터로는 음월 말고도 1.4 전반부 신규 캐릭터인 경류가 있습니다.
경류의 달(위)은 보름달에서 그믐달로 형태가 변하는 모습과 함께 푸른색과 흰색이 쓰여 차가운 느낌이 강조되는 것이 특징이지만, 음월의 달(아래)은 보름달로 형태가 고정되어 있고, 색도 노란색이라 밝고 따뜻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색채는 우리 주변에서 보게 되는 자연물이나 어떤 문화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결합하면서 특유의 이미지를 지니게 되는데요. 여기서 동양의 전통적인 색채 관념인 오방색을 통해 음월의 디자인에 쓰인 색채의 의미를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방색(五方色)은 음양오행사상에서 비롯된 색채 개념으로, 오행(五行)에 해당하는 각각의 기운[불(火)·물(水)·나무(木)·쇠(金)·흙(土)]을 나타내는 색채(色)와 동·서·남·북·중앙의 다섯 방위(方)가 결합된 것입니다.
음월이라는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데 주로 쓰인 색은 청색과 황색입니다. 청색은 방위를 수호하는 네 마리의 신 중 청룡을 나타내는 색입니다. 청룡 또한 용이니 청색을 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청색은 오행 중 나무(木)의 기운을 나타내는 색으로, 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위로 자라는 것과 같이 생동하는 에너지(↑)를 나타냅니다. 나무의 기운에 대응되는 계절은 봄이 되겠죠. 따라서, 청룡은 봄을 주관하는 신에 해당됩니다.
음월과 봄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음월이 소환하는 용이며, 다른 하나는 행적 추가 능력의 명칭입니다. 음월이 소환하는 용은 '창룡(蒼龍)'으로 불립니다. 모음 하나의 차이로 구별되는 창과 청은 '푸른색'을 뜻하는 한자입니다. 즉, 창룡은 청룡을 부르는 또 다른 표현인 셈인 것이죠. 다음으로 행적 추가 능력의 명칭을 살펴보면, 음월 행적 추가 능력 중 마지막으로 개방할 수 있는 계칩이 봄과 관련이 있습니다.
계칩은 24절기 중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고 여겨지는 경칩(驚蟄)과 동의 관계를 보이는 단어입니다. 경칩이 있는 3월에는 겨울철의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하게 되어 한난(寒暖)이 반복되다 기온이 날마다 상승하게 되면서 마침내 봄으로 향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정리하자면, 경칩은 '봄마중을 나가는 시기'인 것입니다.
청색 다음으로 설명할 황색은 오행 중 흙(土)의 기운을 나타내는 색입니다. 흙의 기운은 불, 물, 나무, 쇠 이렇게 네 가지의 서로 다른 기운을 아우르고 있어 황색은 중앙을 뜻합니다. 그래서 황색은 서로 다른 신하의 의견을 듣고 아우르는 존재이자 한 국가의 중심인 군주의 옷을 만들 때나 군주가 사는 공간을 꾸밀 때 주로 쓰였습니다. 또, 빛, 그리고 흙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해 주는 색답게 신성함, 풍요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음월의 달은 노란 보름달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황색이 우주의 중심이자 빛, 신성함, 풍요를 의미하는 색이라는 점에 유념하여 본 음월의 달은 비디아다라족이라고 하는 하나의 작은 우주 속 중심이자 용의 조상에게서 받은 능력을 쓸 수 있는 용존을 신성한 존재로 돋보이게 해 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바로 존호 음월이 무슨 의미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나부 말고도 비디아다라족이 모여 사는 선주가 네 곳 더 있는데요. 요청의 비디아다라족 용존은 천풍군(天風君), 주명의 용존은 염정군(炎庭君), 방호의 용존은 호연군(冱淵君), 옥궐의 용존은 곤강군(崑岡君)으로, 용존 저마다 지키고 있는 풍요의 잔재나 자신이 쓸 수 있는 능력과 관련이 있는 존호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부의 용존 존호인 음월군은 불멸의 거목과도 운음과도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음월이라는 존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달의 의미를 들여다 봐야 합니다.
나부 용존의 존호 음월은 마실 음(飮), 달 월(月)을 씁니다. '달을 마시다', 어떻게 보면 낭만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이 존호는 중국의 중추절 풍습과 관련이 있습니다. 중추절은 당나라 때 문인들이 밤에 달을 구경하며 시를 짓는 연희의 형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연희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술이죠. 따라서 음월이라는 존호의 1차적인 의미인 '달을 마시다'는 술을 마시며 달구경을 하고 시를 지으며 놀던 당시의 풍습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추절이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성대한 명절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송나라 때라고 하며, 중추절 하면 떠오르는 디저트, 월병(月餠)이 제수용품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선물용으로 변하게 된 것은 명나라 때라고 합니다. 명나라 때의 문헌에 따르면, 월병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주는 행위에는 '둥근 달처럼 온 가족이 원만하고 단란하기를 기원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명나라 때 중추절은 한국의 추석과 마찬가지로 달을 보며 달의 신 항아에게 제를 올리며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고, 내년의 풍년을 기원하는 명절로서 의미가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음월의 상징이 된 보름달은 달의 모습 중에서도 가장 크고 밝아 농경 문화권인 한국과 중국에서는 풍요의 상징으로 여겼는데요. 이에 주목해 풀어본 음월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부 용존에 오르는 자,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노란 보름달(月)의 따스한 빛을 받아(飮) 비디아다라족을 이끌며 비디아다라족의 부흥을 꾀하는 존재가 될지어다.
[계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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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연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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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색(색채용어사전에서 제공하는 이미지를 어떠한 변화도 가하지 않고 사용함)]
오방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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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집필자: 김효경)]
한국민속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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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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