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폐옥에 반영된 종교적 요소

이 글은 시왕사가 관리하는 감옥인 유폐옥을 제재로 하여 쓰여졌습니다. 성력 8100년에 일어난 늑대 방어전의 주모자들이 섬기던 존재 호뢰가 있던 곳이자 단항의 전생인 단풍과 스텔라론 헌터 블레이드가 과거에 옥살이를 하던 곳인 유폐옥. 유폐옥에서는 무엇을 보게 되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블로그 운영자가 여행 가이드가 되어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1. 유폐옥 설정 정리

유폐옥은 선주 연맹을 구성하는 6각료인 운기군, 천박사, 지형사, 태복사, 공조사, 단정사의 제약을 받지 않는 선에서 장수 때문에 문제가 되는 공공질서를 보장하기 위해 독자적이면서도 비밀리에 움직이는 기관인 시왕사가 관리하는 감옥입니다.

 

시왕사는 선주 연맹이 출범한 삼겁 시대 후반기인 공겁 시대 때 법을 어긴 죄인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설된 국가 기관입니다. 다만, 설명한 것처럼 독자적이면서도 비밀리에 움직이는 기관이라는 성격상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일이 웬만해서는 적겠죠. 그래서일까요 마음씨 따뜻한 네티즌 마르 언니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어떤 누리꾼은 시왕사에서 일하는 판관 설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을 보고 자신이 상상하던 시왕사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아쉽다는 평가를 남겼습니다.

 

선주 연맹을 구성하는 거함이 여섯 척 존재하는 만큼 유폐옥 또한 어디에 있는지, 어떤 분위기를 지니는지 각각 다르겠죠. 그중에서도 나부 선주의 유폐옥은 삼겁 시대가 끝나가는 무렵에 고향을 떠나 선주에 정착한 비디아다라족이 합류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선주 사람과 비디아다라족 장인이 힘을 합쳐 설계했다는 유구한 역사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나부 선주의 유폐옥은 인연경 고해 밑바닥에 끊임없이 아래로 뻗어나가는 기둥형 구조의 감옥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유폐옥이 어떤 국가 기관에서 관리하고 있는지, 어떻게 지어졌는지 살펴 봤으니 이제 유폐옥이라고 하는 감옥의 이름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 봐야겠죠. 같은 한자 문화권인데도 일본어와 중국어는 유수옥으로, 한국어는 유폐옥으로 감옥 이름을 로컬라이징하였습니다.

 

유수와 유폐는 유의 관계를 보이지만, 한국어 화자 입장에서 유수라는 말보다는 유폐라는 말이 익숙하게 느껴질 거예요. 저 역시도 '대상을 잡아서 가둔다'는 의미의 유수(幽囚)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볼 때까지는 몰랐으니까요. 유폐 표제어에 용례가 있는 것을 보면서 해당 단어가 유사한 의미가 있는 다른 단어와 비교해 많이 쓰이고, 많이 쓰이는 만큼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유수와 유폐 두 단어를 사전에서 검색하면서 사용 빈도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 외에도, 유수와 유폐가 유의 관계이지만 뉘앙스가 약간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유폐를 뜻풀이할 때 '아주 깊숙이'라는 표현이 쓰였죠. 이를 통해 유폐라는 단어는 대상을 잡아서 가두되 바깥 세상, 다시 말해 사회와 단절시킨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감옥은 사회의 공공질서에 혼란을 준 범죄자들을 잡아서 가두는 시설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일정한 형량을 살 동안 사회와 단절시킴으로써 지은 죄를 반성하도록 생각이나 행동을 바로잡아주는 교정 시설이기도 하잖아요. 이런 점까지 고려했을 때 유폐를 쓴 한국어가 감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물론이고, 게임에 구현된 감옥의 분위기나 느낌을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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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악귀를 쫓는 신, 방상

 

유폐옥 1층에는 악귀의 거대한 얼굴이 새겨진 유폐옥의 대문, 진악문을 볼 수 있습니다. 진악문에 새겨진 악귀의 정체는 방상(方相)으로, 선주 연맹이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것처럼 방상 또한 중국과 연관이 있습니다.

 

방상과 연관 있는 의식은 나례(儺禮)입니다. 나례의 나(儺)는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가 있는 한자로, 나례는 음력 섣달그믐날에 지난해의 악귀와 사신을 내쫓고 무사태평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중국 궁중에서 행해졌습니다. 나례 때는 가면을 쓴 사람들이 일정한 도구를 가지고 주문을 외우며 귀신을 내쫓는 행위 예술을 선보였습니다. 이들이 쓴 가면은 방상을 묘사한 것으로, 방상탈을 쓰고 방상을 연기한 사람들은 방상시(方相氏)라고 일컬어졌습니다.

 

중국 주나라 왕실의 관직 제도와 전국 시대 때 존재했던 여러 나라의 제도에 대한 내용을 기록한 서적인 『주례』에 따르면, 방상시는 총 네 명이고, 곰 가죽을 뒤집어쓰고 황금으로 된 네 개의 눈을 가진 방상 가면을 착용한 후, 한 손에는 창, 다른 한 손에는 방패를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 보고 있는 문장은『주례상해』라는 문헌에 적힌 것으로, 해당 문헌에서는 방상시가 표현한 방상에 대해 '모든 것을 보며 스스로를 방어하고, 음기를 쫓아내는 굳세고 강인한 신'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유폐옥을 관리하는 시왕사가 맡은 업무 특성 때문일까요. 방상은 시왕사가 선주 사회의 악인 장수를 향한 사람들의 욕망을 근절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폐옥의 대문인 진악문과 차원 병풍에 들어가 있습니다. 유폐옥의 대문인 진악문(鎭惡門)은 '악한 것을 진압하는 문'이라는 뜻이 있는데요. 이를 통해 방상이 시왕사가 맡은 업무의 중요성을 강화해 주는 요소로 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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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끊임없는 고통을 주는 지옥

유폐옥과 관련된 종교로는 방상으로 대표되는 민간 신앙 외에도 불교가 있습니다. 사실 유폐옥을 관리하는 국가 기관인 시왕사부터가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을 증명하는데요. 시왕사의 시왕(十王)은 불교에서 신으로 받들어지는 존재거든요. 시왕은 이미 여러 번 설명한 적이 있다 보니 이 글에서는 시왕과 지옥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불교의 사후 세계관에 따르면, 사람이 죽으면 죽은 날을 1일로 삼아 49일이 되는 날까지 시왕에게 심판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시왕은 망자가 자신의 심판을 통과하지 못했을 때 지옥으로 보내버리는데요. 이때 시왕이 보내버릴 수 있는 열 가지 지옥을 통틀어 시왕지옥이라고 합니다.

 

시왕지옥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것은 호뢰가 겪은 형벌인 무간검수형입니다. 무간검수는 무간과 검수로 분석할 수 있죠. 무간은 영원한 시간을, 검수는 검으로 된 나무를 의미하는 말로, 무간검수형이라고 함은 오랜 세월 동안 검에 찔려 끊임없이 고통을 받으며 죄를 뉘우치게 하는 형벌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간검수형의 모티프가 된 지옥은 시왕 중 네 번째로 만나게 되는 오관대왕이 주관하는 검수지옥(劍樹地獄)입니다. 해당 지옥에 가게 되는 망자는 검으로 된 나무에 찔리는 순간에 느끼는 고통이나 몸에 남은 상처로 인한 고통을 겪게 된다고 합니다.

 

시왕에게 심판을 받았는데도 죄가 엄중한 경우에는 팔열지옥이나 팔한지옥에 가게 됩니다. 팔열지옥부터 설명하면, 팔열지옥(八熱地獄)은 뜨거운 불길로 죄를 지은 망자에게 고통을 주는 여덟 곳의 지옥을 일컫는 표현입니다. 팔열지옥 중에서도 잘 알려진 지옥은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으로, 여러 사람이 비참한 지경에 빠져 울부짖는 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유폐옥 지하 3층은 초열옥(焦熱獄)으로 불리는데요. 이곳은 팔열지옥에 속하는 지옥 중 초열지옥(焦熱地獄)을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초열지옥은 팔열지옥에 해당되는 다른 지옥과 비교해 불의 온도가 굉장히 뜨겁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걸맞게 초열옥은 '불에 그슬리고 뜨거운 열기를 견뎌야 하는 수감동'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팔열지옥을 설명했으니 반대에 해당되는 팔한지옥도 설명해 볼게요. 팔한지옥은 극한의 어둠과 추위로 죄를 지은 망자에게 고통을 주는 여덟 곳의 지옥을 일컫습니다. 앞서 초열옥의 모티프가 초열지옥이니 유폐옥 지하 1층 음한옥의 모티프는 음한지옥이겠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죠. 그런데 조사해 보니 팔한지옥에 속하는 지옥의 이름 어느 곳에서도 음한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음한옥은 초열옥과 초열지옥의 관계처럼 1:1의 대응 관계를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음한옥(陰寒獄)은 '그늘', '그림자', '어둠'이라는 뜻이 있는 그늘 음(陰)에 '차갑다', '춥다'의 의미를 지닌 찰 한(寒)을 씁니다. 햇빛 하나 들지 않는 곳은 어둡기도 하지만 빛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해서 춥기도 하잖아요. '극한의 어둠과 추위 속에서 죄수들이 고통을 받는 수감동'이라는 의미를 지닌 만큼 글을 읽는 여러분은 팔한지옥이 이런 느낌일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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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내용 요약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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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하거나 사용한 자료 일람

  1. 논문

• 김윤희(2019), 조선시대 국장으로 본 혼백의 수호신 방상시의 기능 고찰, 서울민속학 제6호, 서울민속학회, 29~66.

 

  2. 국어사전

[나례]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word_no=58402&searchKeywordTo=3

[방상시]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word_no=430351&searchKeywordTo=3

[아비규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word_no=216897&searchKeywordTo=3

[유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word_no=255616&searchKeywordTo=3

[유폐]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word_no=256626&searchKeywordTo=3

 

※ 방상시 표제어에 실린 이미지의 저작권은 국립국어원과 두산동아에 있습니다.

 

  3. 나무위키

[방상씨(표준국어대사전 등재는 방상시)]

방상씨

 

[지옥]

지옥(불교)

 

[팔열지옥(초열지옥 항목으로 다이렉트됨)]

팔열지옥

 

[팔한지옥]

팔한지옥

 

  4. 호요랩

• 2024년 8월 2일 작성 콘텐츠

여행 견문 | 유폐옥

※ 나부 선주 유폐옥이 어떻게 건설되었는지를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5.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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