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 글은 미하일 샤르 레그워크를 다루는 본편 세 번째 글입니다. 본편 첫 번째 글과 본편 두 번째 글을 통해 미하일이라는 사람의 인생 전체를 조명해 보았다면, 본편 세 번째 글에서는 시계공이 죽기 전에 남긴 유산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시계공은 유산을 통해 후배 무명객들에게 무엇을 전하려고 했을까요?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확인하러 가 보도록 하죠.
1. 어린아이의 꿈

「시계공」 미하일은 죽기 직전, 어릴 적 자신과 시계 소년이 처음 만났던 날을 꿈으로 꾸게 되었습니다. 미하일은 자신이 드넓은 세상으로 향할 수 있게 해 준 동기가 된 그 꿈을 기록하기 위해 「어린아이의 꿈」이라는 이름의 꿈방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안에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쏙 빼닮은 플레이어블 캐릭터 미샤와 시계 소년을 넣어 두었죠. 미샤와 시계 소년은 어린아이의 꿈 속에서 은하열차 멤버들을 기다려야 했지만, 현실과 기억이 겹치면서 꿈방울을 제멋대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미샤는 자신이 레버리 호텔 벨보이이며 꿈이 흐르는 암초에서 자랐다고 착각하게 되었습니다.




미샤의 캐릭터 스토리 3, 4도 현실과 기억이 겹쳐져서 나타나는 서술적 특징을 보입니다. 작중 시점에서는 이미 사망한 라자리나(거울 공주)와 함께 한 여정, 신대륙 페나코니에 남아 재건을 도운 일 모두 「시계공」 미하일이 남겨둔 과거의 기억에, 자기 스스로를 나침반호의 선장이라고 여기며 꿈방울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플레이어블 미샤는 시계공 인생의 축소판이자 현실에 해당됩니다. 은하열차가 페나코니에 도착한 소리를 들은 미샤가 자신을 찾아올 무명객들을 기다리다 못해 꿈방울 바깥으로 나가게 된 이유, 그것은 개척 그 자체를 살아온 시계공의 영향 때문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요.


꿈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본분을 잠시 잊고 있었던 플레이어블 미샤는 은하열차 멤버들의 도움으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야속한 세월 앞에 죽음을 받아들인 시계공처럼 미샤 역시도 개척의 의지가 담긴 팔콘 아문센의 모자를 은하열차 멤버들에게 넘겨준 후 자신 또한 눈을 감으며 이 세상에서 사라졌습니다.
2. 괴테의 작품을 오마주한 미샤의 비술명

이제 시계공 미하일이 꿈방울 속에 남겨두고 간 플레이어블 미샤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지금 보고 있는 미샤의 비술명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는 독일의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가 평생에 걸쳐 쓴 역작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가 내기를 하면서 금기로 내건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는 참 아름답구나'를 오마주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순간은 어떤 의미로 쓰였을까요? 괴테의 작품 속에 표현된 시간을 연구한 김길웅 교수님은 자신의 논문에 순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덧없이 흘러가는 순간은 만물을 소멸과 파멸로 이끄는 의미 없는 시간, 영원한 순간은 짧지만 질적인 체험을 가능하게 해 주는 시간으로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입니다.

괴테가 이야기한 순간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스타레일에서 사람들이 걷게 되는 운명의 길에 대입해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먼저, 덧없이 흘러가는 순간은 공허에 해당됩니다. 만물을 소멸과 파멸로 이끈다는 말은 곧 아무것도 없이 텅 빈 상태를 의미하는 공허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공허는 '죽음'이라는 단어로 바꿔서 표현할 수 있기도 한데요. 이는 미하일이 후배 무명객들에게 남긴 편지 속 '내가 배운 것은 정해진 결말인 공허를 점잖게 받아들이는 방법이었다네'라는 문장을 통해 알 수 있죠.

한편, 영원한 순간은 개척에 해당됩니다. 개척(開拓)은 '새로운 영역, 운명, 진로 따위를 처음으로 열어 나감'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는 데 중요한 것은 선택이 되겠죠. 시계공이 꿈방울 속 기억의 영역 밈과도 같은 존재인 미샤의 입을 빌려 '스스로 내리는 결정'을 강조한 것도, 편지 속 '우리에게는 자신의 결말을 정할 권리가 있다'고 적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해당 구절 속 순간이 영원한 순간이라고 한다면, 파우스트가 멈추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순간은 무엇일까요? 온갖 지식을 섭렵했지만 삶의 의미를 알지 못했던 노학자 파우스트는 자신 앞에 나타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내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종으로서 자신으 섬기겠다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도움으로 젊음을 되찾은 파우스트는 인생의 즐거움을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파우스트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자신의 연인을 잃는 사건을 겪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노쇠해지면서 죽음을 눈앞에 두는 상황을 맞이하였습니다. 죽기 전의 파우스트는 전쟁으 승리로 이끈 공으로 독일 황제에게 영지를 받고 백성들을 위해 대규모 간척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100세가 되어 찾아온 근심에 눈까지 멀어버린 파우스트였지만 그는 자신의 무덤을 파는 소리를 수로를 건설하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간척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는 참 아름답구나'를 외쳤습니다.
파우스트가 멈추고 싶었던 영원한 순간이란,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과거 자신이 내렸던 일련의 선택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임을 인지하고 있는 지금에 해당됩니다. 그럼 파우스트와 비슷한 인생 궤적을 그린 미하일의 입장에서 멈추고 싶었던 영원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미하일이 멈추고 싶었던 영원한 순간은 자신이 만든 꿈방울 속에 담긴 내용에 해당됩니다.




어린아이의 꿈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재현하여 만든 미샤와 친구 같은 존재인 시계 소년이 있었죠. 사실 시계 소년은 항해사 미하일이 가지고 다니던 나침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캐릭터예요. 여기서 미샤와 시계 소년, 아니 미샤와 나침반 소년이 꿈방울에 담긴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미하일 자신이 항해사인 할아버지처럼 되길 바라며 그려오던 미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내린 어린 시절의 기억이 시간이 정지된 꿈처럼 멈추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여겨 그 순간을 꿈방울에 담은 것이죠.
지금 이야기한 꿈방울과 선대 항법사 팔콘 아문센의 유품인 모자 모두 자유를 추구하며 후회 없이 삶을 살고자 하는 권리인 '개척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개척의 의지가 계속 되기를 바라는 미하일의 순수한 마음을 여러분의 삶에도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콘텐츠 내용 요약 이미지

참고하거나 사용한 자료 일람
1. 논문
- 김길웅(2004), 시간과 진보: 괴테의 작품에 나타난 크로노스, 프로메테우스, 파우스트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괴테 연구 제16호, 한국괴테학회, 121~144.
2. 웹 사전
[파우스트]
파우스트 제1부
〈천상(天上)의 서곡(序曲)〉에서, 노력하는 사람을 구제하려는 신에 대하여, 부정적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는 신의 총아(寵兒) 파우스트의 마음에 나태함을 일으키도록 그를 유혹할 수 있다고
terms.naver.com
파우스트 제2부
파우스트는 1부의 그레트헨 비극에 절망하고 고뇌하는 마음을 알프스의 자연으로 치유하고, 독일 황제의 궁정에서 그리스 전설의 미녀 헬레네를 불러냈는데, 파우스트 자신이 그녀에게 매혹되
terms.naver.com
'최애의 스타레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 정신적 불안을 행운으로 상쇄하며 살아온 모략가, 어벤츄린: 과거 이야기 (5) | 2025.02.01 |
---|---|
15. 정신적 불안을 행운으로 상쇄하며 살아온 모략가, 어벤츄린: 배경 및 혈통 이야기 (4) | 2025.02.01 |
13. 페나코니에 자신의 인생을 바친 남자, 미하일 샤르 레그워크: 페나코니 정착 후 이야기 (0) | 2025.01.26 |
12. 페나코니에 자신의 인생을 바친 남자, 미하일 샤르 레그워크: 페나코니 정착 전 이야기 (1) | 2025.01.23 |
11. 이즈모가 만든 마지막 검, 아케론 (1) | 2025.01.14 |
- Total
- Today
- Yesterday
- 은하열차
- 구름 위 5전사
- 스타레일
- 붕괴: 스타레일
- 캐릭터 분석
- 티어난
- 아케론
- 저승사자
- 단정사
- 미하일
- 시왕사
- 단항
- 미샤
- 시계공
- 배경사진
- 선주 연맹
- 음월
- 하나비
- 유폐옥
- 트리스비오스
- 세계관
- 배경화면
- 설의
- 스파클
- 한아
- 페나코니
- 어벤츄린
- 나부
- 가면의 우인
- 앰포리어스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