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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론] 아케론과 어느 무명객의 이야기

최애의 스타레일 번외편

by 크리스틴 2025. 1. 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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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케론이 페나코니에 오기 전에 만났던 어느 무명객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무명객의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유물 사수에 잠긴 선구자 스토리와 아케론 캐릭터 스토리 4, 그리고 2.2 때 추가된 페나코니 개척 임무 제3막의 내용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하였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아울러 본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아케론의 설정도 정리할 예정입니다. 아케론 본편은 글 맨 마지막에 첨부해두도록 할 테니 이 글을 먼저 읽게 된 분들은 본편 콘텐츠도 함께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1. 토이로에서 온 무명객 플레바스

사수에 잠긴 선구자 유물은 미국계 영국인 시인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T.S.엘리엇, 1888~1965)이 1922년에 발표한 장편시 《황무지》의 312행부터 321행까지, 총 10행으로 구성된 제4부 〈수사〉를 모티프로 삼고 있습니다.

 

〈수사〉의 시작에 해당되는 312행에는 플레바스가 페니키아인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페니키아인은 시리아, 튀니지 등에 도시를 건설하고 지중해를 중심으로 해상 무역을 전개하며 영향력을 펼친 민족이었습니다. 날씨에 따라 얼굴이 바뀌는 두려운 곳이지만 신비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는 곳인 바다를 누빈다는 것은 페니키아인에게 항해를 할 때 닥칠 위험을 무릅쓰고 미지와 신비의 영역으로 나아가 세계를 이어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 속 페니키아인이 그러했듯 스타레일 세계관 속 플레바스는 「개척」을 걷는 무명객으로 설정되었습니다. 무명객 플레바스는 「개척」을 주관하는 아키비리조차도 가 본 적이 없는 「공허」의 끝에 다다르겠다는 호기심 하나만으로 여정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페니키아인과 무명객의 연결고리가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확인했으니, 이제 314행에 등장하는 '이익'과 '손해'에 대해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이익과 손해는 반의 관계를 보이는 단어들이죠. 무명객 플레바스에게 이익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여정을 통해 내적으로 얻게 되는 성취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손해란 무엇일까요. 이는 공허라고 하는 단어의 한자에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허(空虛)라는 단어를 구성하는 한자 모두 '비어 있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공허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 무엇인지는 아케론 본편에서 자멸자 항목을 다루면서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신체, 인지, 기억 등을 잃으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어버림으로써 죽음을 맞이하는 존재인 자멸자와 비슷한 증상을 겪는 것, 이것이 손해라고 볼 수 있죠. 손해가 클 수밖에 없는 여정인데도 불구하고 플레바스는 자신의 부모님이 남겨준 유품을 챙겨 우주선을 타고 고향인 토이로를 떠났습니다.


2. 오크론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여인

 

토이로를 떠난 플레바스는 오크론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장검을 지니고 다니는 정체불명의 여인을 만나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글의 제목과 소개란에 적어두었으니 플레바스의 동료가 누구인지는 짐작하셨겠죠. 플레바스와 아케론, 두 사람이 동행한 이유는 공허의 끝에 다다르겠다는 목표가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공허의 끝에 가고자 했던 목적은 달랐습니다. 아케론은 본편에서도 설명했던 것처럼 고향 이즈모에서 겪은 사건 이후로 심연에 깊이 잠들어 있는 IX(익스)를 찾아 저주를 끊어내겠다는 각오로 여정에 올랐습니다. 반면에 플레바스는 미지와 신비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블랙홀에 호기심이 생겨서 여정을 계획하게 되었죠.

 

여정에 오른 목표는 같았지만 목적은 달랐던 만큼 두 사람의 이별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사람이 동행한 지도 어느덧 30일째, 플레바스는 자신의 고향인 토이로에서 가져온 잠수복을 입고 아버지의 유품인 헬멧을 챙겨 쓴 후, 아케론과 마지막으로 설송나무 숲으로 돌아가 마시멜로를 구워 먹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블랙홀 속으로 들어가고 난 후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생각해 노트에 아케론과 함께 했던 30일 간의 추억을 편지 형식으로 남겼습니다.

스타레일 스테이션 참고

 

아케론 본편에 아케론 캐릭터 스토리 1과 2를 실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나요. 아케론의 캐릭터 스토리는 페나코니 개척 임무 제2막을 끝낸 후, ■로 처리되어 있던 단어 또는 구절, 나아가 문장, 또는 문단이 저렇게 붉은색으로 표시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서 아케론을 상징하는 붉은색의 의미를 다시 짚어볼까 합니다.

 

아케론은 색의 상반된 이미지 덕분에 설정에 개연성이 생기게 된 캐릭터입니다. 아케론 본편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붉은색은 고통, 지옥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표현할 때 쓰입니다. 블랙 스완과 어벤츄린이 '아케론은 위험한 존재'라고 인식했던 것도 붉은색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연관이 있죠.

 

그런데 붉은색은 긍정적인 이미지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붉은색 하면 떠오르게 되는 불은 뜨거움이라는 속성 때문에 공포, 두려움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어둠을 밝혀주고 추위를 이겨내게 도와주는 속성 때문에 빛 또는 희망이라고 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도 공존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피 또한 죽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이기도 하지만 생명, 열정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쓰이기도 하죠. 아케론이 붉은색에서 따스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 자신에게 소중했던 순간을 '붉은 기억'이라고 지칭하고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을 도울 때 붉은 빛이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통해 붉은색이 희망, 생명, 나아가 존재의 색으로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거스를 수 없었던 죽음, 그리고 그 의미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로 들어간 플레바스는 어떻게 방향을 분별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플레바스는 나침반이 에너지를 감지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어머니가 14세 생일을 맞이해 선물로 준 나침반의 바늘을 떼어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구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플레바스는 물 속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점점 아래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수사라는 단어는 '물에 빠져 죽다'라는 뜻으로, 물에 빠져 죽음을 나타낼 때 자주 쓰는 단어인 익사(溺死)와 유의어입니다. 〈수사〉의 시작을 알리는 312행에서 페니키아인 플레바스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죠. 무명객 플레바스도 공허의 심연으로 향하는 도중 공허의 피해를 받아 자신의 인지, 기억, 나아가 존재를 망각하게 되면서 IX(익스)를 구성하는 그림자인 사수가 되어버렸습니다.

 

플레바스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이지만 플레바스의 생애를 통해 생각해 볼 것이 하나 있습니다. 사수에 잠긴 선구자라는 유물의 이름처럼 플레바스가 과연 선구자라는 칭호에 걸맞은지 말이죠. 플레바스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죽음이라는, 끝이 정해진 인생 위에서 지금이 아니면 하지 못할 수 있는 일을 시도했습니다. 결과는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블랙홀의 끝에 가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던 플레바스였기에 '어떤 일이나 사상에서 다른 사람보다 앞선 사람'을 뜻하는 선구자(先驅者)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4. 흑백 세계에서 피어나는 아즈사카

 

사수에 잠긴 선구자 유물의 주인 플레바스의 이야기를 앞에서 설명해 봤으니 이제 사수에 잠긴 선구자 유물의 특징에 해당되는 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이 꽃의 이름은 아즈사카로, 아케론이 자신의 검, 무(無)를 꺼내 공허의 힘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 오른팔에 기생하듯이 피어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즈사카 하니 일본어 느낌이 나지 않나요. 구글링을 통해 아즈사카라는 단어가 없다는 것과 더불어 아즈사카라는 고유명사를 조어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단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어에서 수국이라는 단어는 한자를 빌려 자양화(紫陽花)라고 쓰지만 중국식 한자음이 아닌  'あじさい(아지사이)'라는, 일본 고유의 표현으로 읽습니다. あじさい는 '集真藍(あづさい. 한국어로는 아즈사이로 읽음)'가 변형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어원이 된 '集真藍'는 접속사 'さ'와 푸른색, 남색을 뜻하는 藍(쪽 람. あい)가 합쳐진 さあい(사아이)가 모음 축약을 거치게 되면서 さい(사이)로 바뀌게 되었고, 여기에 작은 것이 한데 모여 있는 모양을 뜻하는 集(모을 집, あづ)이(가) 앞에 붙게 되면서 '푸른 빛깔의 작은 꽃이 한데 모여서 피어난다'는 의미를 얻었다고 합니다. 아즈사카의 표기 또한 아즈사이에서 색을 나타내는 한자가 붉은색을 의미하는 赤(붉을 적. あか)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조어 방식이 동일하기 때문에 아즈사카라는 이름은 '붉은 꽃이 한데 모여서 피어난다'는 의미로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HoYoLab 붕괴: 스타레일 공식 계정 제공

 

꽃 이름이 일본어에서 수국의 어원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 꽃 모양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죠. 천외 위성 통신 카드에 그려진 꽃을 보면 오밀조밀 모여서 피는 꽃인 수국하고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꽃의 이름은 흰독말풀입니다.

 

흰독말풀은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뻗어 자라나는 특성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흰독말풀이 악마가 하늘에 있는 신을 향해 반항하는 것처럼 여겼고, 꽃에 '악마의 나팔꽃'이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흰독말풀의 모든 부위에는 매우 강한 독이 있다고 하는데요. 공허의 사도인 자멸자로서 가진 힘과 공허에 저항하며 IX(익스)를 찾아내 저주를 끊겠다는 각오로 여정에 올랐다는 아케론의 설정을 생각해 보면 흰독말풀의 특성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스타레일 속 아즈사카는 흰독말풀을 베이스로 삼기는 했지만 흰독말풀에게서는 없는 특색을 보입니다. 벚꽃이 만개했을 때 바람이 불면 벚꽃의 꽃잎이 비처럼 무수히 떨어지는 것처럼 아케론이 검을 뽑아 자멸자로 변해가는 모습에서도 꽃잎 여러 장이 흩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사실 흰독말풀은 꽃잎이 여러 장으로 구성된 꽃이 아니고 꽃잎이 서로 붙어 있어 꽃 그 자체가 꽃잎이기도 한 합판화관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요. 여기에 이름처럼 흰독말풀은 흰색 품종만 존재해서 꽃잎의 특성과 색상은 일부러 의도하고 연출한, 게임적 허용으로 보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콘텐츠 내용 요약 이미지


참고하거나 사용한 자료 일람

  1. 국어사전

[선구자]

 

네이버 국어사전

3개의 한국어 대사전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우리말샘), 상세검색, 맞춤법, 보조사전

ko.dict.naver.com

 

  2. 위키백과

[페니키아]

 

페니키아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페니키아(그리스어: Φοινίκη, 라틴어: Phœnicia)는 고대 가나안의 북쪽에 근거지를 둔 고대 문명이다. 중심 지역은 오늘날의 레바논, 시리아, 이스라엘 북부로

ko.wikipedia.org

 

[흰독말풀]

 

흰독말풀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흰독말풀은 키가 작은 다년생 허브로서, 일반적으로 '악마의 나팔'(devil's trumpet) 또는 'metel'로 알려져 있다. 흰독말풀은 인도와 같은 전 세계 모든 온대 지역의

ko.wikipedia.org

 

  3. 웹사이트

[황무지 전문]

 

엘리엇의 시, 황무지

황무지 The Waste Land 엘리엇T.S. Eliot(1888~1965). 황무지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시로, 모두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 1부는 <죽은 자의 매장>, 2부는 <체스 놀이>, 3부는 <불의 설교>, 4부는 <수사>, 5

goodplus.org

 

[아케론 캐릭터 스토리]

 

아케론 | Star Rail Station Wiki

「갤럭시 레인저」를 자칭하는 여행자. 본명은 알 수 없다. 긴 검 한 자루를 차고 홀로 은하를 항해하고 있다

starrailstation.com

 

[아지사이의 어원(2018.6.23. 작성)]

 

あづさい(集真藍)語源 | GANREF

今日は。 ラジオで紫陽花の語源を聞きました。 紫陽花の漢字は、当て字。 中国原産の紫陽花が書物で伝わり、日本原産のあじさいに当てたそう。 二つは、全く違う花とのこと。←未確認

ganref.jp

 

  4. 사진

  • 작가: botanygirl
 

흰독말풀 (Datura stramonium)

흰독말풀 from Kinder Farm Park, Maryland on 2013년 09월 08일 (일) at 06:00 오후 by botanygirl

www.inaturalist.org

 

  • 작가: coyot
  • 원래 이미지를 좌우반전하여 사용하였습니다.

https://pixabay.com/ko/photos/%ED%95%98%EC%96%80%EC%83%89-%EC%A2%85%EC%9D%B4-%EC%A1%B0%EC%A7%81-%EB%B0%B0%EA%B2%BD-1714170/

 

  5. 천외 위성 통신 및 귀빈 카드 이미지

 

「천외 위성 통신」 아케론

「홀로 은하를 항해하는 자가 갈망하는 건 딱 두 가지야. 과거 선배들의 행적을 찾고, 자기만의 길을 모색하는 거지. 하지만 그들의 눈길 속에서… 대부분은 첫 번째에서 멈추기 마련이야」「갤

www.hoyolab.com

 

 

페나코니에서 온 한 통의 초대장

To. 개척자「조화의 축제」를 앞두고 가족을 대표하여 진심 어린 인사를 올리는 바이며, 페나코니 레버리 호텔에서 열리는 연회에서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www.hoyo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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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즈모가 만든 마지막 검, 아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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